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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올라이트 없애고, 세제 찌꺼기도 없애고!
<KISTI의 과학향기> 제811호 2008년 09월 15일
빨래를 하다 보면 여러 번 헹궈도 뿌연 물이 계속 나올 때가 있다. 도대체 세탁이 제대로 된 건지, 깨끗하게 헹궈진 건지 찝찝한 느낌이 들면서도 딱히 어쩔 도리가 없다. ‘아무래도 기계로 세탁을 하면 손으로 빨래를 하는 것보다는 때가 깔끔히 빠지지 않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문제는 세제다. 세제 속의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성분은 불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물에 완전히 녹지 않는다.
제올라이트는 물속에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을 공극 안에 포집하여 센물을 단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로 경수연화 작용이라 한다. 제올라이트는 환경에 대해서도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수에서의 퇴적량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적고 하수처리 과정에서 방해가 되지 않으며 활성오니(活性汚泥) 처리단계에서 오니에 흡착·제거되어 수중생물에 대해서도 나쁜 영향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올라이트는 다공성의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액상성분을 함유하게 함으로써 분체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하고, 분말 입자끼리 엉키지 않도록 하여 세제가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을 막는다. 이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올라이트는 분말 세제에 있어서 필수적인 원료이지만 반면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제올라이트의 미세입자가 물에 녹지 않고 분산되어 있어 헹굼과정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아서 소비자들은 여러 번 헹구게 되는 불편을 겪고 있으며, 미처 못 헹궈진 제올라이트는 건조 후 미세한 먼지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세제제조 회사에서는 제올라이트의 함량을 점차 줄여 왔으나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세계적인 세제 회사인 독일의 헨켈에서도 의류에 잔류물로 남는 제올라이트를 줄이기 위해 2004년부터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얼마 전 세계최초로 국내 세제제조 회사에서 제올라이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여 이러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였다. 단순히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조 프로세스까지 바꿔 제품화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제올라이트가 없으면 분말 세제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제조 프로세스도 바꿔야 했던 것이다.
새로운 소재는 고분자전해질로써 물에 쉽게 녹아 물속에 있는 +2가 이온인 금속이온(주로 칼슘, 마그네슘 이온)들과 먼저 이온결합을 하여 음이온 계면활성제가 +2가 금속과 이온결합 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렇게 되면 음이온 계면활성제는 금속이온과 결합하지 않게 되어 본래의 기능인 계면장력을 낮추는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되고 계면장력이 낮아지면 잘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성분이 잘 섞이게 된다. 즉, 옷에 있는 때가 잘 빠지고, 빠져나온 때는 물과 잘 섞이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분자전해질을 이온 강도가 높은 성분으로 물에 쉽게 녹게끔 만들어 물과의 친화성을 높였다. 또한 적절한 혼합 모노머를 사용해서 이들의 비율과 분자량의 조절을 통하여 물속에 있는 이온들과 잘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제올라이트보다 경수연화 효과가 2~8배까지 좋아졌고 제올라이트 양의 1/8로도 충분히 제올라이트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고분자전해질은 드럼세탁기의 열교환기에 생길 수 있는 스케일의 발생을 방지해준다. 열교환기는 온도가 높은 조건에서 빨래를 하는 드럼세탁기에 부착되어 물의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는데, 이때의 온도 변화로 인해 열교환기 표면에 스케일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 스케일은 물에 있는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성분과 세제에 있는 성분들이 결합하여 탄산칼슘, 황산칼슘과 같은 물질을 만들고 이 물질은 물에 녹지 않고 열교환기 표면에 단단하게 부착되어 만들어진다. 이렇게 스케일이 누적되면 열교환기의 효율을 떨어뜨려 과열과 에너지 낭비의 원인이 되며 세탁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올라이트 대신 고분자전해질이 첨가된 세제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옷이 말끔히 헹궈지도록 하고 세탁기를 보호하는 효과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제는 뿌옇게 나오는 헹굼물을 보면서 찝찝해하지 않고 안심해도 되는 것이다. 깨끗이 세탁하는 방법! 이것은 앞으로도 세제를 만드는 회사나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제이며, 더 좋은 세탁 세제가 개발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글 : 오영기 과학칼럼니스트
제올라이트는 물속에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을 공극 안에 포집하여 센물을 단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로 경수연화 작용이라 한다. 제올라이트는 환경에 대해서도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수에서의 퇴적량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적고 하수처리 과정에서 방해가 되지 않으며 활성오니(活性汚泥) 처리단계에서 오니에 흡착·제거되어 수중생물에 대해서도 나쁜 영향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올라이트는 다공성의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액상성분을 함유하게 함으로써 분체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하고, 분말 입자끼리 엉키지 않도록 하여 세제가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을 막는다. 이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올라이트는 분말 세제에 있어서 필수적인 원료이지만 반면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제올라이트의 미세입자가 물에 녹지 않고 분산되어 있어 헹굼과정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아서 소비자들은 여러 번 헹구게 되는 불편을 겪고 있으며, 미처 못 헹궈진 제올라이트는 건조 후 미세한 먼지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세제제조 회사에서는 제올라이트의 함량을 점차 줄여 왔으나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세계적인 세제 회사인 독일의 헨켈에서도 의류에 잔류물로 남는 제올라이트를 줄이기 위해 2004년부터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얼마 전 세계최초로 국내 세제제조 회사에서 제올라이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여 이러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였다. 단순히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조 프로세스까지 바꿔 제품화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제올라이트가 없으면 분말 세제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제조 프로세스도 바꿔야 했던 것이다.
새로운 소재는 고분자전해질로써 물에 쉽게 녹아 물속에 있는 +2가 이온인 금속이온(주로 칼슘, 마그네슘 이온)들과 먼저 이온결합을 하여 음이온 계면활성제가 +2가 금속과 이온결합 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렇게 되면 음이온 계면활성제는 금속이온과 결합하지 않게 되어 본래의 기능인 계면장력을 낮추는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되고 계면장력이 낮아지면 잘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성분이 잘 섞이게 된다. 즉, 옷에 있는 때가 잘 빠지고, 빠져나온 때는 물과 잘 섞이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분자전해질을 이온 강도가 높은 성분으로 물에 쉽게 녹게끔 만들어 물과의 친화성을 높였다. 또한 적절한 혼합 모노머를 사용해서 이들의 비율과 분자량의 조절을 통하여 물속에 있는 이온들과 잘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제올라이트보다 경수연화 효과가 2~8배까지 좋아졌고 제올라이트 양의 1/8로도 충분히 제올라이트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고분자전해질은 드럼세탁기의 열교환기에 생길 수 있는 스케일의 발생을 방지해준다. 열교환기는 온도가 높은 조건에서 빨래를 하는 드럼세탁기에 부착되어 물의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는데, 이때의 온도 변화로 인해 열교환기 표면에 스케일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 스케일은 물에 있는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성분과 세제에 있는 성분들이 결합하여 탄산칼슘, 황산칼슘과 같은 물질을 만들고 이 물질은 물에 녹지 않고 열교환기 표면에 단단하게 부착되어 만들어진다. 이렇게 스케일이 누적되면 열교환기의 효율을 떨어뜨려 과열과 에너지 낭비의 원인이 되며 세탁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올라이트 대신 고분자전해질이 첨가된 세제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옷이 말끔히 헹궈지도록 하고 세탁기를 보호하는 효과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제는 뿌옇게 나오는 헹굼물을 보면서 찝찝해하지 않고 안심해도 되는 것이다. 깨끗이 세탁하는 방법! 이것은 앞으로도 세제를 만드는 회사나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제이며, 더 좋은 세탁 세제가 개발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글 : 오영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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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올라이트를 대체하는 물질을 통해 분말세제의 세로운 프로세스를 마련한 우리나라 과학이 자랑스럽네요. 세제의 성능이 월등히 좋아진 것같아요. 글을 읽어보면 세탁기에 무리도 안주고...
2009-04-07
답글 0
우리 생활에 과학이 이렇게 밀접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릴수 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9-03-31
답글 0
제올라이트가 정수과정에서 중금속을 흡착하는 데에도 쓰인다고 하던데 많은 개발 부탁드립니다.
2008-10-26
답글 0
이거 광고네, 광고...
세제는 과학입니다.
니들이 제올라이트를 알어?
야이야야야야 야이야야야~
2008-09-22
답글 0
세탁을 여러번 헹구어도 뿌연물이 나와서 이상하게 생각 했는데 제올라이트 때문이군요.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2008-09-17
답글 0
과학의 향기를 읽을때 마다 느끼는 것인데 과학이 우리생활을 얼마나 윤택하게 해주는지 또한 무엇이 어떻게 작용하여 편리한 문화생활을 하는지 그걸 생각지 않고 그냥 사용하는데 알고 보면그렇게 신기할수가 없지요 오늘도 좋은 지식을 얻어 갑니다 감사합니다
2008-09-17
답글 0
그런데 정말 어떤 제품인지 궁금하네요, 제조사라도 알려주심 알아서 찾아볼텐데요.
2008-09-17
답글 0
그 고분자 전해질이 궁금하네요 ^^ 2가이온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서 눈에 확 들어오네요 ㅎㅎ
2008-09-16
답글 0
주부로서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항상 빨래를 해도 찜찜했었는데...물론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문제가 없겠지요?
2008-09-16
답글 0
놀랍군요. 세제 찌꺼기 걱정 없는 빨래를 할 수 있게 되었네요.
2008-09-16
답글 0
근데 이 세제 이름이 먼가요???
2008-09-16
답글 0
오래전에도 제올라이트에 관한 기사가 나왔었는데,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나오지 않았어요. 이번에 또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어 좋네요 ㅎㅎㅎ..
2008-09-16
답글 0
생활속 정보 감사합니다...
2008-09-16
답글 0
반갑습니다. 세제에 이런 과학적 사실이 숨어 있다니 놀랍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군요. 홧팅!
2008-09-15
답글 0
ㅋ 역시 공돌이들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구만요. ㅎㅎ 기술이 곧 경쟁력이죠.
2008-09-15
답글 0
우리나라 제조기업들 횃팅!~
2008-09-15
답글 0
끼쁘네요...!^^;
2008-09-15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