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지진발생! 책상 아래 숨을까? 밖으로 나갈까?
<KISTI의 과학향기> 제457호 2006년 06월 12일
“인천 앞바다 80km 위치에서 규모 5.2의 강진이 발생했으며 인천은 진도 5, 서울은 진도 3의 상황입니다. 수도권과 경기지역에서는 서너 번 정도 비슷한 규모의 여진이 발생할 예정입니다.”
긴급하게 지진 속보를 라디오로 들은 서울 김씨. 25년이 지난 주택에 살고 있는데 책상 밑으로 숨어 위에서 떨어지는 물체로부터 몸을 안전하게 해야 할까,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집에서 빠져나와야 할까? 규모 5.2와 진도 3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김씨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규모와 진도는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다. 규모는 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의 양을 알려주는 것으로 리히터 규모 1이 증가하면 에너지는 30배가 더 커진다. 즉 규모 5.2와 규모 3.0은 약 1000배의 에너지 차이를 가진다.
그런데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발생 지역과 가까운 지역은 지진 에너지가 많이 전달되고 먼 지역은 적게 전달된다. 즉 거리에 따라 지진의 영향 정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 사람이 느끼는 지진의 크기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 진도다.
우리나라는 12등급으로 나눈 수정머큘리진도(MMI)를 채택하고 있는데 보통 로마 숫자로 표기한다. 잠을 청하고 있는데 천장에 달아 둔 등이 흔들거리는 것을 보고 지진인가 보다라고 느끼는 정도라면 진도 Ⅲ 정도다. 가구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벽의 석고 내장재가 떨어지면 진도 Ⅴ(5) 정도인데, 지진에 대한 본격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진도Ⅶ(7) 이상이 되면 잘 설계된 건물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피해가 커지며, 진도Ⅸ(9)이상이 되면 보통 건물 상당수가 무너질 정도로 대형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지진 피해 정도는 보통 진도로 파악하지만 규모가 크면 진도도 커지기 때문에 규모로도 피해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최근 6천여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중부 지진은 규모 6.2 정도였다. 규모 8.0 이상이 되면 교량이 파괴되고 대부분의 구조물이 붕괴되는 등 대형참사로 연결된다. 2004년 23만명의 사망자를 낸 동남아 쓰나미의 원인이 됐던 진도 8.9 정도에 이르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 약 250만개 정도의 강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지진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옛 사람들은 갑자기 모든 쥐들이 집을 옮기거나 개나 말들이 이리저리 뛰면서 불안한 행동을 보이면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의 어류학자인 스에히로 교수와 같은 이는 심해어(深海漁)의 행동을 연구해 지진을 예측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은 첨단 계측장비를 활용해, 지진발생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지진파의 전파에 의한 지면의 진동을 기록하는 장치인 지진계(seismograph)를 전국에 설치하고, 컴퓨터 네트워크로 엮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진계는 지면이 흔들리면 스프링에 매달린 영구자석이 상대적으로 진동하게 되는데, 이때 코일에 유도전류가 발생해 지면의 진동이 전류신호로 바뀌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레이저빔을 이용한 새 지진감지기(레이저 스트레인미터)도 개발됐다. 현재 미국에서 시험운영 중인 이 지진계는 레이저의 정밀성을 이용해 지면이 1천분의 1밀리미터라도 움직이면 알아낼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지난 90년대 초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GPS 위성을 활용한 지질관측소의 설치도 추진되고 있다. GPS 위성이 지상에 설치된 높이 1.68m의 센서에 신호를 보내면 센서 안테나가 신호를 해독, 지각변동의 움직임을 1mm까지 감지하고 지층의 활동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예측은 신(神)의 영역에 속한다.
무엇보다 판(plate)의 성질이 어디로 튈 지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과 같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고 600~700km 지하에서 발생하는 심발지진은 ‘지하에서 수십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쳐서 준비된 것’이라고 추정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70km 깊이에서 시작된 천발지진도 주변 환경에 따라 대지진으로 확대될 수도 반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지진을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통계를 통해 어느 정도 추정예측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규모 3.0 정도의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5년 안에 상당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내진설계와 같은 사전대비 만이 최선의 대책인 셈이다.
건물이나 교량 등이 수평방향의 흔들림에도 비틀리거나 붕괴되지 않도록 설계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흔들림이 감지되면 송전이 끊기고 비상 제동장치가 작동되는 TGV나 신간센의 지진감지시스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자연의 대재앙을 완전히 예측하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글 : 유상연 과학 칼럼니스트)
긴급하게 지진 속보를 라디오로 들은 서울 김씨. 25년이 지난 주택에 살고 있는데 책상 밑으로 숨어 위에서 떨어지는 물체로부터 몸을 안전하게 해야 할까,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집에서 빠져나와야 할까? 규모 5.2와 진도 3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김씨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규모와 진도는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다. 규모는 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의 양을 알려주는 것으로 리히터 규모 1이 증가하면 에너지는 30배가 더 커진다. 즉 규모 5.2와 규모 3.0은 약 1000배의 에너지 차이를 가진다.
그런데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발생 지역과 가까운 지역은 지진 에너지가 많이 전달되고 먼 지역은 적게 전달된다. 즉 거리에 따라 지진의 영향 정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 사람이 느끼는 지진의 크기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 진도다.
우리나라는 12등급으로 나눈 수정머큘리진도(MMI)를 채택하고 있는데 보통 로마 숫자로 표기한다. 잠을 청하고 있는데 천장에 달아 둔 등이 흔들거리는 것을 보고 지진인가 보다라고 느끼는 정도라면 진도 Ⅲ 정도다. 가구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벽의 석고 내장재가 떨어지면 진도 Ⅴ(5) 정도인데, 지진에 대한 본격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진도Ⅶ(7) 이상이 되면 잘 설계된 건물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피해가 커지며, 진도Ⅸ(9)이상이 되면 보통 건물 상당수가 무너질 정도로 대형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지진 피해 정도는 보통 진도로 파악하지만 규모가 크면 진도도 커지기 때문에 규모로도 피해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최근 6천여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중부 지진은 규모 6.2 정도였다. 규모 8.0 이상이 되면 교량이 파괴되고 대부분의 구조물이 붕괴되는 등 대형참사로 연결된다. 2004년 23만명의 사망자를 낸 동남아 쓰나미의 원인이 됐던 진도 8.9 정도에 이르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 약 250만개 정도의 강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지진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옛 사람들은 갑자기 모든 쥐들이 집을 옮기거나 개나 말들이 이리저리 뛰면서 불안한 행동을 보이면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의 어류학자인 스에히로 교수와 같은 이는 심해어(深海漁)의 행동을 연구해 지진을 예측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은 첨단 계측장비를 활용해, 지진발생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지진파의 전파에 의한 지면의 진동을 기록하는 장치인 지진계(seismograph)를 전국에 설치하고, 컴퓨터 네트워크로 엮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진계는 지면이 흔들리면 스프링에 매달린 영구자석이 상대적으로 진동하게 되는데, 이때 코일에 유도전류가 발생해 지면의 진동이 전류신호로 바뀌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레이저빔을 이용한 새 지진감지기(레이저 스트레인미터)도 개발됐다. 현재 미국에서 시험운영 중인 이 지진계는 레이저의 정밀성을 이용해 지면이 1천분의 1밀리미터라도 움직이면 알아낼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지난 90년대 초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GPS 위성을 활용한 지질관측소의 설치도 추진되고 있다. GPS 위성이 지상에 설치된 높이 1.68m의 센서에 신호를 보내면 센서 안테나가 신호를 해독, 지각변동의 움직임을 1mm까지 감지하고 지층의 활동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예측은 신(神)의 영역에 속한다.
무엇보다 판(plate)의 성질이 어디로 튈 지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과 같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고 600~700km 지하에서 발생하는 심발지진은 ‘지하에서 수십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쳐서 준비된 것’이라고 추정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70km 깊이에서 시작된 천발지진도 주변 환경에 따라 대지진으로 확대될 수도 반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지진을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통계를 통해 어느 정도 추정예측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규모 3.0 정도의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5년 안에 상당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내진설계와 같은 사전대비 만이 최선의 대책인 셈이다.
건물이나 교량 등이 수평방향의 흔들림에도 비틀리거나 붕괴되지 않도록 설계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흔들림이 감지되면 송전이 끊기고 비상 제동장치가 작동되는 TGV나 신간센의 지진감지시스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자연의 대재앙을 완전히 예측하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글 : 유상연 과학 칼럼니스트)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과학향기 Story]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 연구데이터
-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 맞춤형 인터넷 검색 결과, 유튜브에서 추천해주는 음악과 동영상 알고리즘부터 신약 개발이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까지,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은 모두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발전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연구데이터다. 연구데이터의 중요성 연구데이터는 말 그대로 과학기술 ...
-
- [과학향기 Story] 인간을 지배하는 영장류, 현실 영장류의 사회성은 어느 정도일까?
-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1970년대를 전후로 영화화된 ‘혹성탈출’ 시리즈를 기억할 것이다. 핵으로 멸망한 지구에서 진화한 유인원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스토리는 40년 뒤 약간의 설정을 달리하여 리부트되었다. 오는 8일 개봉하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7년 만에 찾아온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 신작이다. 리부트 시리...
-
- [과학향기 Story] 스포츠에 불어든 AI 바람
- 인공지능(AI)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면서 기대와 흥분, 때로는 걱정으로 들썩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에서는 전략이나 선수 컨디션의 아주 미세한 개선이 승부가 결정할 때가 많다. 그동안은 그런 세심한 작업을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해 왔는데 알다시피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데이터 해석을 잘못하면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영원의 상징 다이아몬드, 실험실에서 만든다?
- [과학향기 Story] 인간을 지배하는 영장류, 현실 영장류의 사회성은 어느 정도일까?
- [과학향기 for Kids] 사막 도시 ‘두바이’, 물난리 대소동… 원인은 인공강우?
- [과학향기 for Kids] “여러분, 저 아직 살아있어요!” 보이저 1호의 편지
- [과학향기 for Kids] 영국에서 미국까지 ‘똥’으로 여행할 수 있을까?
- [과학향기 Story] 공전주기 동기화된 ‘완벽한 태양계’ 발견
- [과학향기 for Kids] 아름다운 천왕성의 고리, 모습을 드러내다!
- [과학향기 for Kids]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커튼 ‘오로라’
- [과학향기 for Kids] 일본에서 지진이 났다고? 우리도 조심해야 할까?
- 2024년은 청룡의 해, 신화와 과학으로 용의 기원 찾아 삼만 리
잘봤어요 +_+ 근데.. 제목하고 처음문단을 보면 규모와 진도의 세기에 따른 대처법을 얘기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하여튼 잘 읽었습니다
2010-01-24
답글 0
일상생활에서 알면 유용한 정보를 또 하나 배워가는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답글 0
제목과 내용이 따로따로군요.
2006-06-25
답글 0
좋은 자료 항상 감사합니다. 학생들 수업용 자료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2006-06-15
답글 0
유용한 정보이지만...그래서 지진이 나면 어디로 가야한다는 말씀이신지요?
제목에 나와있는것처럼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궁금합니다.
2006-06-15
답글 0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최근 몇년간 아사히방송과 SBS에서 방송됐던 동경직하대지진이나 3연동지진에 따른 지진해일 등에 관한 내용들을 보면 정말 지진의 무서움을 알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내진설계가 미비한것으로 인해 일정규모이상의 지진 발생시 상당히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습니다. 평상시 지진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듯 합니다. 그리고 가서 무지하게 지루하게 있다가 오는 민방위 훈련의 경우도 이런 지진시 대피요령이나 체험학습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할듯도 하구요...여하튼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언제나 안전할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06-06-13
답글 0
이야~~~~
정말 좋은 내용이에요
감솨감솨
2006-06-13
답글 0
규모와 진도에 대한 구분은 처음 듣는데 유익했습니다. 규모 8가 넘는 지진이라 해도 태평양 한가운데서 발생하면 우리에겐 거의 영향이 없다는 이야기겠죠.
2006-06-12
답글 0
잘봤어요 ^^ 근데;;; 그럼 지진나면 어디로 숨어야 한다는거죠;;
2006-06-12
답글 0
한미경님은 금방 이해하신 듯...
그런데 우리나라는 건물이 부실해서 좀더 일찍 대피하는 게 좋을 지도 몰라요.
2006-06-12
답글 0
위 내용을 보니 지진의 진도에 따라 취해야 할 대처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지진 세기가 약하면 책상 밑에 숨는게 낫지만, 큰 지진이면 대피해야할 듯~
2006-06-12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