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차례상에 담긴 음양의 법칙

<KISTI의 과학향기> 제2209호   2014년 09월 03일
“일 년 삼백육십오일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
38년 만에 가장 빨리 맞는 올해 2014년의 민족 명절 추석(秋夕).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 ‘달 밝은 가을밤’이라는 의미로, 연중 8월 한가운데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이다. 또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 차례 상차림에도 ‘음양’의 이치가 있다

추석날 행사의 으뜸은 바로 차례다. 차례는 ‘차를 올리면서 드리는 간략한 예’를 뜻하지만, 이는 차만 올리자는 뜻이 아니라 ‘술을 올리더라도 차를 빼놓지는 말자.’라는 의미다.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하는 상차림은 기본이다. 흔히 제사 음식을 제수라고 하고, 제수를 격식에 맞춰 차례상에 올리는 것을 진설이라고 한다. 제수는 각 지방마다 나오는 특산품이 달라 지방과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제수를 놓는 위치 또한 다소 다르다. 그 때문에 제수 진설에 말이 많다. 여북해서 ‘남의 제사에 곶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참견 마라’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래도 기본 원칙은 있다. 추석 차례상은 방향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리면 되는데, 이 경우 ‘예절의 동서남북’이라 하여 신위(神位, 지방)가 놓인 곳을 북쪽으로 한다. 그리고 제사 지내는 사람(제주, 祭主)의 편에서 차례상을 바라보았을 때 신위의 오른쪽은 동쪽, 왼쪽은 서쪽이다. 신위를 북쪽에 놓는 것은 북쪽이 음양오행설의 오행 가운데 수(水)를 뜻하고 가장 높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조상을 높이 받들겠다는 뜻이다.

차례 상차림에도 음양의 법칙이 존재한다. 제수품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어, 놓는 위치와 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생선을 놓을 때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의 방향성을 갖는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이다. 동쪽은 해가 솟는 곳으로 소생과 부흥을 뜻하므로 머리를 동쪽에 둔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은 동쪽과 반대되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므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한 것이다.

또 음양의 원리에 따라 땅에 뿌리를 두고 얻어진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해서 종류의 수를 짝수로 했고, 그 이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해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추려고 했다. 한마디로 우주 삼라만상이 녹아든 상차림이다.

차례 상차림은 총 5열이 기본이다. 각각의 열은 과거의 조상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순서대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시기적으로 가장 먼 수렵·채집 시대에 먹었던 음식을 의미하는 과일과 나물, 채소를 맨 앞쪽과 둘째 줄에 놓고,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익혀 먹었던 것을 의미하는 음식인 전류, 농경 시대에 들어서면서 먹었던 주식과 반찬을 의미하는 탕, 적, 메(밥), 갱(국) 등이 나머지 세 줄을 장식하고 있다.

■ 진설과 제수에 담긴 의미들

1열은 제주와 가장 멀리 있는 곳을 삼는다. 1열에는 메(밥)와 갱(국)을 놓는다. 추석엔 메(밥) 대신 송편을 올린다. 송편을 올리는 이유는 송편이 추석의 상징적 의미인 둥근 달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때 갱(국)은 동쪽(오른쪽)에, 메는 서쪽(왼쪽)에 놓는다. 송편과 함께 밥도 올리는 경우,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하여 밥과 술잔은 왼쪽, 국과 송편은 오른쪽에 놓는다. 이는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2열에는 세 가지의 적과 전을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에 맞춰 어류는 동쪽, 육류는 서쪽에 둔다. 하늘로부터 얻어진 음식이므로 적과 전을 합해 홀수로 놓는다. 3열에 올라가는 탕은 어탕, 육탕, 계탕을 모두 올리거나 한 가지만을 놓는다. 탕도 하늘로부터 얻어진 음식이라 홀수로 올려놓는다. 탕은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데 여기에는 조상들이 먹기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4열에는 삼색 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라간다. 이때 좌포우혜(左脯右醯)를 원칙으로 삼는다. 북어와 대구, 오징어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둔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북어는 우리나라 동해 바다의 대표적인 어물이자 머리도 크고 알이 많아 훌륭한 아들을 많이 두어 알과 같이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유래가 있다.

삼색 나물의 삼색은 검은색과 흰색, 푸른색의 세 가지 나물로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이다. 흰색은 뿌리나물이라 하여 도라지나 무나물을 쓰고, 검은색은 줄기나물로 고사리를 쓴다. 푸른색은 잎나물로 시금치나 미나리를 쓴다. 뿌리는 조상을, 줄기는 부모님을, 잎은 나를 상징한다.

마지막 5열, 즉 제일 앞줄에는 과일과 약과, 강정을 둔다. 과일은 땅에서 난 것이므로 짝수 종류를 놓고, 한 제기에 올리는 과일의 양은 귀함을 뜻해 홀수로 놓는다. 이때 조율이시(棗栗梨枾)와 홍동백서(紅東白西)를 지킨다. 즉 왼쪽부터 대추와 밤, 배, 곶감, 약과와 강정 순으로 차리고 사과와 같은 붉은 과일은 동쪽, 배 등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

■ 영양을 고려한 추석 차례상

그렇다면 왜 차례상은 조율이시,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혜, 두동미서로 놓는 것일까? 좌포우혜의 경우 포(脯, 말린 것) 종류의 음식보다는 혜(醯, 소금에 절인 젓갈류) 종류의 음식이 좋고, 어동육서 또한 육(肉, 육류)의 음식보다는 어(魚, 생선류)의 음식이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두동미서는 미(尾, 꼬리)의 음식보다는 두(頭, 머리)의 음식이 좋은 것이니 좋은 것을 먼저 먹고, 자주 먹어야만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율이시의 경우 과일은 신위 쪽에서 가장 먼 줄에 있으니 약처럼 가끔씩 먹을 일이로되 뼈에 좋은 대추, 머리에 좋은 밤, 배에 좋은 배, 피부에 좋은 감의 순서로 좋은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홍동백서는 백(白, 흰색) 종류의 음식보다는 홍(紅, 붉은색) 종류의 음식이 좋은 것이니 먼저 먹고 자주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들을 함께 먹어야 몸에 좋다는 것을 자손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한 것이다.

한의학적으로나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함을 갖춘 조상들의 상차림 지혜에 그저 감탄이 나올 뿐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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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데
  • 평점   별 5점

음양의 이치가 진리이고 과학입니다.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있고, 높은데와 낮은데,
이런것이 음양의 이치입니다.
과학이란 세상의 모든 이치들을 논리적으로 증명시킨 학문일뿐입니다.
과학으로 증명되지 못한것이 99.999999% 인데...
님이 이글이 과학이 아니라 무당글이라고 주장하시려면 과학적인 논리로 증명하시면 됩니다. 괜히.. 편집부 탓을 하지마시고.. 과학자들도 요즘 논문들을 보시면 동양의 이치에 대해 놀라고 있답니다.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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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
  • 평점   별 5점

다다가례라 집집마다 예식은 달라도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야 후손이 배웁니다 가르칠려면 먼저 자신부터 알아야 자식들도 배울수 있겠지요
어른으로 체통과 위엄을 지키며 사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지요

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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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홍
  • 평점   별 5점

"조율이시"에서 대추와 밤을 꼭 상에 올려놓았는데 그것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농경사회이고 유교를 존중하는 시회이어서 일을 할 수 있는 남자를 선호했습니다. 밤과 대추는 남자를 상징하고 특히 대추는 꽃이 피는 곳에는 실화없이 전부 대추가 열리지요. 대추는 다산을 의미하고요. 또 음식의 개수는 주로 홀수로 올리지요. 그것 또한 남자를 뜻하는 것이랍니다.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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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ara
  • 평점   별 5점

덕분에 글을보며 선인들을 생각해 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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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
  • 평점   별 4점

뭐야 댓글 왜 이래 제사에 유감있는 분들이신가

20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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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평점   별 1점

그건 당신 집안만의 문제인듯... 쯧쯧...

201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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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웃긴다.
  • 평점   별 5점

전통 상차림이 한의학적, 현대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다고 퓨전과학을 얘기하건만 과학이 아니라고 디스거는 넘도 웃기고, 맛있다는 말 한마디도 없건만 맛없는데 니나 먹어라는 식으로 디스거는 넘도 웃기는구만...악플 못달아서 안달난 인간들....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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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연
  • 평점   별 5점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었는데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좋네요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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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평점   별 5점

3정승 6판서는 조선시대의 벼슬체계입니다. 그 이전 중국에서부터 이루어진 제례전통에 그런 것이 반영될 수는 없고, 그나마 지역마다 집안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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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지방마다 다르겠지요...! 암튼 잘 보고 배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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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
  • 평점   별 5점

조율이시에 대한 설명은 좀 부족한 듯 합니다. 조율이시의 순서가 나오게 된 배경은 조(대추)는 씨가 하나라서 임금을 뜻하고, 율(밤)은 세알이 들어 있어서 3정승, 이(배)는 씨앗이 여섯개라 6조를 뜻한다고 어른들께 들었습니다. 시(감)은 잘 모르겠네요.. ㅠㅠ;;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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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군
  • 평점   별 1점

과학칼럼니스트라는 사람이 이런 한방 무당 이론을 들고와서 글을 쓰다니. 도대체 음양의 이치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서푼어치나 가당한가? 차례상 영양학에 부합하다면서 막상 영영학 이야긴 왜 한 줄도 들어있지 않은가? 국책연구기관이서 이런 무당 글을 게재하면 국민들이 음양의 이치를 과학적이라고 오해할 우려가 너무도 크다. 편집부는 (본인이 무식해서 모르겠으면) 진짜 과학자와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글을 올리기 바란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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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문
  • 평점   별 5점

예전에는 제사가 집안에 큰일이라 전담 집사가 있엇지요..그양반이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됫는데 참 길고 좀 엄속하고 하여간 제사를 무겁게 생각들 햇지요...애들은 뒤에서 두손 모으고 참고 기다리면 맛잇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어서 좋앗지요...그런 시절도 잇엇는데 요즘은 집에서 형제들끼리 모여 제사 지내면 뭐 깊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혿동백서, 어동육서 정도만 지켯는데 이제 배웟으니 금년부턴 두동미서, 좌포우혜, 조율이시도 시도해 볼까요...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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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im
  • 평점   별 5점

복습, 즐 한가위~~~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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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허허 쫌 시끄럽네여, 암튼 잘 보고 갑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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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배
  • 평점   별 5점

차례상 차리는 요령은 알고 있었지만, 각열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을 이제사 알게되었군요.
좋은 정보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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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군
  • 평점   별 1점

누가 조상의 지혜를 부정한답니까? 과학향기 칼럼에, 과학칼럼니스트가 글을 쓰면서 전혀 과학과 관계없는 내용을 올려 놓으니까 말하는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음양의 이치를 과학적이다 아니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과학이 아니니까. 이런 글은 점성술 칼럼에나 올라갈 내용입니다. 거기다 쓰면 아무도 뭐라고 안합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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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곰
  • 평점   별 5점

세상이 아무리 빡빡해도...여유로움을 가져야할 추석이고..어릴 때부터 들었던 얘기들...정확히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건데...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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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즛쯧
  • 평점   별 5점

왜... 조상님들의 지혜를 부정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음양의 이치를 굳이 과학적이다 아니다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중요한건 조상님의 오랫동안 내려온 지혜와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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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리
  • 평점   별 5점

각 열에 그런 의미가 있는지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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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안돼
  • 평점   별 5점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상차림이라니..
뭐 영양학적으로는 완벽한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맛도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음식들만 죽 늘어놓고는
먹으라 그러면 당신은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명절 음식 먹고 속이 편안했던 사람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나도 나이가 좀 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상차림의 순서나 위치 같은 것은 별로 관심 없습니다.
아예 제사 자체도 관심이 별로 없다니까요..
울 집도 어른들이 맨날 홍동백서에 조율시이.. 떠들지만 아무도 관심 안가짐..
그걸 잘 모르시나보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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