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죽음과 삶의 사이, 미라

<KISTI의 과학향기> 제548호   2007년 01월 10일
고대 이집트 미라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다.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상식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장례 방식이 아님은 물론이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천 년 전 숨을 거둔 시신이 온전하게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은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로는 공포스럽기도 하다. 이집트인이 사체를 보존한 건 영혼이 돌아올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죽었지만 현실 세계를 완전히 떠나진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테면 삶을 준비하는 죽음이다. 미라가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나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는 상상도 가능하다. 실제 몇몇 할리우드 영화는 사회적인 탄생 배경이 전혀 다른 ‘좀비’를 미라의 친척뻘로 간주한다.

미라는 고대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존재한다. 공산권 최고지도자를 방부 처리하거나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초저온 냉동하는 사례다. 고대 미라는 ‘종교적인 부활’, 공산권 최고지도자는 ‘정치적인 부활’, 냉동인간은 ‘생물학적인 부활’을 기대했다.

주목할 건 고대든 현대든 미라를 만들 때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이 동원됐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부패’를 막는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 가운데 동원된 과학기술이 무엇이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자.

고대 이집트 미라를 탄생시킨 건 소다석이다. 소다석은 탄산나트륨과 염화나트륨이 결합된 물질. 뛰어난 수분 흡수효과를 갖고 있다. 이를 간파한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약 2575년부터 소다석을 잘게 빻아 사체에 발랐다. ‘미라’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사막에 사체를 그대로 묻는 게 고작이었다. 무덤 안에 수직으로 굴을 파고 그 안에 사체를 보관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다석은 미라를 만들기 위한 필수품이었다.

미라 제작엔 송진에 특별한 첨가물을 섞은 유약도 한몫했다. 머리뼈 안에 이 유약이 채워졌으며 붕대에도 발라졌다.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미라의 제작목적상 장기 보존을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당시 쓰였던 유약의 성분은 현대 과학으로도 알 길이 없다. 다만 근대 이전 유럽에선 송진에 숯을 섞어 만든 ‘역청’을 선박 방수제로 썼다는 점에서 수분 방지에 효과가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이집트 미라는 고대 과학기술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당시로선 최선의 노력을 거쳤지만 ‘탈색되고 비쩍 마른 시신’ 수준을 넘지 못했다. 자연 물질을 방부제로 활용한 탓이 컸다. 정밀한 화학처리를 거친 현대 방부제와는 수준부터가 달랐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에 등장한 레닌의 시신은 미라의 기준을 바꾼 사건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과 얼마나 똑같았던지 ‘가짜’ 논란까지 일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레닌의 시신엔 물, 알코올, 글리세린, 아세트산 칼륨의 혼합물로 추정되는 물질이 주입됐다. 대부분 현대 과학기술이 만든 화학물질이다. 이것들은 살아 있는 것 같은 피부를 유지시킨 일등공신이었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건 냉동인간이다. 불치병 환자나 현대 의료의 기준으로 봤을 때 사망한 사람들이 시술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 등 서구에선 사회적 논쟁이 될 정도로 낯설지 않은 주제다. 냉동인간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가 있을 정도다.

냉동인간을 만들 때엔 인체를 영하 196도로 급속 냉동시켜 세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기술을 쓴다. 그러나 아직까진 해동된 인체를 100% 부활시킬 수 없다. 세포 내 수분이 저온으로 팽창하면서 세포막이 파괴되면 이를 복구할 수가 없어서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격이다. 현재 냉동인간이 된 사람은 불치병을 앓다 죽기 전에 냉동인간이 된 월트 디즈니를 비롯해 1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미래 기술의 진보를 믿고 일종의 도박을 한 셈이다.

그러나 학계에선 나노로봇이 개발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동 중인 인체 내에 나노 로봇을 투입해 세포를 복구하면 냉동 전처럼 인체를 재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냉동인간이 현실의 인간과 어울려서 지낼 날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풍자시인 푸블리우스 시루스는 “하루를 우리의 마지막 날처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단한 의미다. 열심히 살라는 얘기다. 오늘에 충실하는 게 다음 생의 부활을 꿈꾸는 것보다 편리한 방법이라는 말과도 일견 일맥상통한다. 미라가 될 수 없는 현대인들이 곱씹어 볼 대목이다.(글 : 이정호 과학전문기자)

관련기사 : 냉동인간 과연 부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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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미이라와 냉동인간 영화에서 많이 보아와서 낯설지는 않은데,, 내가 냉동인간이 되어 누워 있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드네요.

200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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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c1410
  • 평점   별 5점

미라라, 너무나 무섭게 생겼어용.. 생각하면 영화 미이라가 있잖아용..
ㅋㅋ 오싹해.. 으앙

200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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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 평점   별 5점

달잎님 저금해논돈이 냉동인간되면 사라지나요???
조선역사공부해논게 100년후면 달라지나요? ㄱ-?
그냥 목숨을 부지하고싶은거죠..

100년후가 궁금하지않으세요??

저도돈만있으면 냉동인간되보고싶내요
100년후의사회... 1인1비행기 ㅋㅋ?

200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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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잎
  • 평점   별 5점

좋은 지식 감사합니다 ^^
그런데.. 만약 내가 냉동인간이고 나중에 해동됐다 치면, 깨서 뭐하고 살죠? 길거리 걸어다니기만 해도 완전 살아있는 박물관 전시물처럼 보일텐데요.. 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게다가 돈도 없을 거 아녜요. 또 공부해놓은 것들도 다 쓸모없어져서 다시공부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바보가 되는 거잖아요. 나라면 그냥 주어진 대로 살다 가고 말겠습니다.. 내 아들딸들이 냉동된 나를 앞에 두고 제사지내게 하는 것보단.

200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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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 평점   별 5점

월트디즈니처럼 엄청난 부자라면 냉동인간 하겠습니다.
2100년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과학의 무한한 발전을 믿습니다.수명연장 꿈이 아닙니다.
다만 그정도까지의 과학이 발전하기전에 환경문제나 전쟁같은것들로 지구가 망하지나 않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과학은 순수하나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들을 못믿겠습니다.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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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훈
  • 평점   별 5점

모든 생물의 세포막이 수분 팽창에 의해 파괴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어류나 양서류의 경우에는 냉동했다가, 해동을 해도 세포막이 파괴되지 않고, 고스란히 살아나는 경우가 있어, 그 매커니즘이 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죠.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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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은
  • 평점   별 1점

미라가 모야.^ㅂ^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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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쌤~
  • 평점   별 5점

그냥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보내다가' 죽을랍니다. ^^ 냉동인간 되었다가 다시 부활하면 애들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기계도 쓸 줄 모를테고......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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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해커
  • 평점   별 5점

금붕어의 경우 TV에서 급속냉동했다 해동하는 시간은 매우 짧았습니다. 이경우 겉만 냉동이 됀다더군요... 실제 실험시 냉동시간을 1시간(시간은 잘 기억안납니다만.. 속까지 완전 냉동되는 시간입니다. 머 5분쯤인것 같기도 하고)쯤하고 해동을 하면 금붕어도 살아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예전에 과학다큐에서 본것 같은데.. 그때도 냉동인간이 가능하다는 쪽과 불가능하다는 쪽에서 서로 주장하는 내용중에 금붕어이야기가 있어서 기억납니다.

200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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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 평점   별 5점

고대 에집트에서의 미라는 그렇고 세계 곳곳에서(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바 있는) 발견되는 미라는 고위층의 시신도 아니면서도 미라로 발견되었었는데 그건 어떻게 해석하나요 궁금합니다.

200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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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소
  • 평점   별 5점

저도 한번 냉동인간이 되보고 싶다는...ㅋ 근데 월트 디즈니도 냉동인간이 된 줄 몰랐어요.

200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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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K
  • 평점   별 5점

금붕어인 경우 급속 냉동했다가 해동해서 다시헤엄치게 하는 장면을 TV에서 몇번 본 적이 있습니다만, 이경우도 동일하게 수분팽창에 의한 세포막 파괴가 일어날텐데,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 궁금하네요.

200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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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 평점   별 5점

오호..냉동인간이라..나노기술..기대해볼만 하군요, 그런데 인간은 그냥 주어진 만큼 살면 적당한 것..아닐까요..후훗...

200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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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빠는꼬마
  • 평점   별 5점

냉동인간.. 한번 되어보고싶긴한데 제가 해부되는건 싫군요..;; 어느 신문인가요?? 예전에 냉동인간을 만들어 훨씬 시대가 지나서 미래의 사람들이(어떨줄은 모름..ㅎㅎ) 냉동을 해부하면 그 시대에서 살아갈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네요^^~ 항상 좋은 정보 ㄳ합니다 - 과학향기식구일동분들-

200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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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좋은 지식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냉동인간이 되는 건 좀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200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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