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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넘으면 일주일에 3일만 일하라?
<KISTI의 과학향기> 제3159호 2018년 06월 11일일은 인간의 숙명이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건사한다. 물론 재생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에서 얻는 행복감은 신체 및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적정한 일은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 당연히 지나치게 많은 일은 일이 주는 모든 장점을 무너뜨린다. 대표적인 장시간 근로 사회인 우리나라는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점차 근로시간을 줄여나가고 있다.
중년 이후의 인지 기능에는 적은 노동시간이 도움 된다
근로시간과 행복 사이에서 고민할 현대의 직장인들, 특히 가정에서의 행복과 직장에서의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분주한 40대 직장인들이 꼭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보고서가 얼마 전에 발표됐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연구팀은 호주의 40대 이상의 남성 3,000명과 여성 3,500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과 인지기능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40대는 일주일에 3일 약 25시간 동안 일을 했을 때 두뇌의 인지기능이 가장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일주일에 2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의 인지기능은 점차 떨어져서 55시간 이상 일했을 때의 인지기능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의 인지기능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남자와 여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일주일에 25시간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은 40시간 정도 일한다. 추가 연구에 따르면 전혀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40시간 일하는 것이 인지기능에는 더 나았다. 그러니 이 연구결과만 놓고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과연 과도한 근로시간만이 인지기능 저하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 실시된 인지기능검사는 집중력 테스트와 문자인식 테스트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집중력과 문자인식과 같은 인지기능은 근로시간 외에도 가정환경, 직장 내 업무 분위기, 업무의 종류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일주일에 25시간 동안 일을 했을 때 인지기능이 가장 높았다는 결과는 단지 다른 근로시간에 비해서 주당 25시간 동안 일한 40대의 인지기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일은 우리 삶을 재생산하고 의미와 행복을 찾게 해주지만 때로는 건강과 활력, 인지기능을 뺏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다 (출처: shutterstock)
주 4일 근무의 이점
일과 건강의 관계를 밝힌 또 다른 연구도 있다. 2015년 스웨덴에서 주 5일 근무를 한 노동자와 주 4일 근무를 한 노동자의 건강을 조사했을 때, 주 4일 근무를 한 노동자들이 더 활력 있고 더 생산적이었다.
근무시간이 줄면 노동자가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여기에 더해 즐어든 근무시간은 출퇴근하며 겪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운동이나 요리 같은 긍정적 활동을 할 기회를 늘린다. 몇몇 학자들은 줄어든 근무시간이 환경에도 좋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일찍 퇴근하거나 주 4일 근무를 해 그만큼 줄어든 냉난방과 전기소모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근무시간과 건강에 대한 연구는 우리에게 노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과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일까? 두뇌의 주요 기능과 건강까지 떨어뜨리면서 오랫동안 일을 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근로시간과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요즘의 현대인은 과연 각자가 얼마나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생산성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할지 이 연구 결과는 유용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글: 김진영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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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각 기업.정부부처 간부급들이 꼭 봐야할 내용이네요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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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고 새로운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사실 일을 오래한다고 해도 기능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시간보다는 능률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에 동감합니다...!
2018-06-1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