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떨어지는 순서를…

<KISTI의 과학향기> 제677호   2007년 11월 07일
“가까이 오라 /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 되리라 /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었다 / 바람이 몸에 스민다 /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의 한 구절이다. 가을철 날씨가 추워지면 무성했던 나뭇잎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떨어진 나뭇잎이 바닥에 뒹굴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보이면 우리네 마음도 덩달아 쓸쓸해진다. 그런데 당신은 아는가. 떨어지는 낙엽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나무가 낙엽을 만들려면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나무에서 영양분이 가장 많은 곳은 뿌리도 줄기도 아닌 잎이다. 잎은 엽록소가 있어 햇빛을 받으면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든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겨울을 이겨내는 에너지가 모두 잎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따라서 영양분이 많은 잎을 그대로 버린다면 나무로선 엄청난 에너지 손실이다. 이를 막기 위해 나무는 식물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질소(N), 칼륨(K), 인(P) 같은 주요 양분의 절반을 낙엽이 지기 직전 잎에서 줄기로 옮겨온다. 나무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잎의 양분 분석을 7~8월에 실시하는 것도 이 시기가 잎이 가장 성숙하며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는 양분의 함량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잎에서 줄기로 양분을 이동시키면 낙엽이 질 준비가 끝난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나무는 추운 겨울 식물세포가 얼어붙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자 이른 봄부터 잎과 가지를 잇는 잎자루에 ‘떨켜층’과 ‘보호층’을 만든다. 떨켜층은 잎이 나무에서 분리되는 부분으로 얇고 약한 세포벽이 좁은 띠를 이루고 있다. 보호층은 잎이 지기 전 잎의 흔적을 만들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해 준다. 이제 낙엽을 떨어뜨릴 준비가 끝났다.

그렇다면 낙엽이 지는 순서는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떨어질까. 아니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떨어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일찍 끝나는 곳부터 낙엽이 진다. 성장호르몬이란 옥신이나 지베렐린, 사이토키닌 같이 식물의 성장이나 결실, 노화를 촉진하는 호르몬을 일컫는다. 이들은 식물의 어린 기관(종자, 열매, 잎)과 뿌리 같은 신체 말단에서 만들어져서 가장 늦게까지 분비된다.

덕분에 봄철에 가장 먼저 핀 나뭇잎이 가장 늦게까지 붙어있고, 가장 나중에 핀 나뭇잎이 가장 먼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지난 봄철 나무에서 잎이 어떻게 났는지 생각해 보자. 겨우내 앙상했던 나무는 가지와 줄기 끝부터 잎이 나기 시작한다. 차츰 위에서 아래로, 바깥에서 안쪽으로 나뭇잎이 자라나 여름철 잎이 무성한 나무로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반대로 줄기의 안쪽부터 낙엽이 지기 시작해 나중에는 나무 꼭대기에만 잎이 남는다. 지금 한창 낙엽이 지고 있는 주변 나무들을 살펴보라. 안쪽이나 아래쪽부터 낙엽이 지기 시작해 꼭대기 나뭇잎이 가장 나중에 떨어진다. 경우에 따라 숲의 가장자리나 높이별 바람의 세기가 다르면 나무의 가장 윗쪽이나 가장자리부터 잎이 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사시사철 푸르른 침엽수는 잎이 지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상록 침엽수도 낙엽이 진다. 다른 나무처럼 봄에 잎이 돋아났다가 가을에 모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년 조금씩 떨어진다. 그래서 상록 침엽수는 1살짜리 잎만 있는 낙엽수와 달리 2~3살짜리 잎도 달려있다.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1살짜리 잎과 2~3살짜리 잎을 구분할 수 있다. 어떻게 구분할까? 잠깐 소나무의 모습을 살펴보자. 솔잎은 소나무의 어느 부위에 달려있는가? 솔잎은 소나무 가지의 중간 부분에는 거의 없고 끝부분에 집중적으로 나 있다. 소나무를 비롯한 대부분의 침엽수가 가지의 끝에만 새 잎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소나무속과 잣나무속 나무들은 1년에 한마디씩만 자란다. 즉 줄기에 붙은 가지와 가지 사이의 마디 하나가 나무의 나이 한 살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가지 끝에서 줄기까지 5마디라면 가장 끝에 있는 첫 번째 마디에 붙은 잎은 1살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마디에 붙은 잎은 각각 2살과 3살이다. 이런 식으로 줄기의 끝부터 밑둥까지 마디 수를 더하면 나무를 잘라 나이테를 보지 않고도 나무의 나이를 셈할 수 있다. 결국 침엽수의 잎도 가지나 줄기의 끝부분에서 나기 시작해 나무의 안쪽과 아래쪽부터 낙엽이 지는 것이니 활엽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인 윤동주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하지만 낙엽이 지는 것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낙엽이 져야 이듬해 봄 나무는 새싹을 기약할 수 있다. 만약 연한 잎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도 가지에 붙어있다면 나무는 부분적으로 ‘동상’에 걸릴 것이다. 낙엽은 오랜 세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나무가 선택한 생존전략이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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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나이테로만 나무의 나이를 알수 있는것이라 생각했는데, 침염수는 나뭇잎으로도 가능하군요 ^^ 좋은 정보네요. 학창시절 과학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낙엽은 나무의 똥이다" ㅎㅎ 쉽게 설명해주신다고 비유를 써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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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 평점   별 5점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아랫분처럼 소나무의 나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을 배워 너무 좋네요^^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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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 평점   별 5점

가장 나중에 핀 잎에 가장 먼저 낙엽 진다. 글을 제대로 읽으셔야지^^;

20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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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 평점   별 5점

1. 낙엽이 떨어지는 순서는 사람의 법칙이 아닌 자연의 법칙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제 주변에서 찍은 나무의 사진을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symbious@donga.com로 연락주시면 제가 찍은 사진도 보내드리겠습니다.

2. 봄에 꽃이 필 때 아래쪽부터 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꽃도 분명 가장자리부터 핍니다. 더불어 "아랫부분이 더 튼실하게 자라기에 더 늦게 떨어 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라는 박창원 님의 주장의 과학적인 근거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3. 식물의 양분은 뿌리를 통해서만 얻는 것은 아닙니다. 양분은 뿌리에서만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합성되는 양도 엄청나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지에 난 여러 잎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잎(나무에게 가장 많은 양분을 생산하는 잎)은 나무 꼭대기나 가장자리에 자라난 새잎입니다.

4. 일반인에게는 잎이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같게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양엽과 음엽이 있습니다. 양엽은 나무 가장자리에 자라는 잎으로 안쪽의 음엽보다 더 많은 광선을 받습니다. 그만큼 더 광합성 효율이 높도록 책상구조가 발달돼 있습니다. 잎도 더 두껍습니다. 반면 음엽은 더 적은 햇빛에서만 광합성효율이 높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자리의 잎을 가장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이 나무에게는 가장 유리한 선택입니다.

5. 모든 나무가 낙엽의 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며 자라나는 주변 지역의 지형과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100% 모든 나무가 그렇다는 식으로 이해하시는 것은 글의 내용을 좁게 해석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수관의 위쪽과 가장자리부터 낙엽이 생기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6. 하지만 소나무속이나 잣나무속같은 침엽수는 100% 사진과 같이 낙엽이 집니다. 나무 아랫쪽이라고 더 오래 자리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200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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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화
  • 평점   별 5점

아~ 소나무의 나이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기뻐요.
낙엽이 떨어지는 순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네요. 가을도 이제 겨울을 기다리고 있어요.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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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
  • 평점   별 5점

내 생각과 기사내용이 달라서 지금 밖에 나가서 확인해 봤는데,
느티나무랑 은행잎들이 윗부분 가지에서 부터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무윗부분의 가지에 있던 잎은 이미 다 떨어졌네요.

어떻게 된 건가요?

200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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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 평점   별 5점

다른 곳에 가보셔서 확인하셔도 되겠지만 대체로 기사의 내용처럼 나무의 아래쪽과 안쪽부터 떨어지는 것이 정석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처럼 비가 오면 가장 먼저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나무의 윗쪽과 바깥쪽이 상대적으로 빨리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은행나무처럼 노란 단풍은 여름내 녹색을 띠는 엽록소에 가리워졌다 있다가. 날씨가 추워져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안쪽과 아랫쪽부터 노랗게 단풍이 듭니다. 은행나무의 노란잎은 원래부터 있던 색상인데 녹색을 띠는 엽록소에 가리워져 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숲 가장자리나 강이나 개천 주변의 나무도 바람이 특정 부위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의 내용은 옳습니다.

200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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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림
  • 평점   별 5점

나이테를 보지 않아도 소나무속과 잣나무속의 나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새로 배웠네요. 감사합니다.

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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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산
  • 평점   별 5점

좋은지식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낙엽이 지는순서를 처음 알았답니다.
그리고 소나무의 나이도 알수있다는것이 신기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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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매일감사합니다~!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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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태
  • 평점   별 5점

행복합니다. 나무와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듯 해서요...
온 숲에서 한 살, 두 살, 세 살...짜리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니이제 귀 뚫렸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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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 평점   별 5점

오늘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메일함에 별도로 과학향기 폴더를 만들어놨다는..^^
집에는 과학향기 책두 있다는...너무 재미있고 좋아요..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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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 평점   별 5점

잘 읽었습니다.
소나무가 3대가 같이 산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낙엽이 덜어지는 것도 알았는데
활엽수잎이 먼저 난것이 나중에
덜어지는 것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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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 평점   별 5점

글 잘보았습니다.
무심코 지나친 그저 가을이니까 낙옆이 뒹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낙옆하나에
나무한그루도 생각하며 바라볼수 있겠습니다.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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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 평점   별 5점

제 메일함에도 보지도 못하고 지우지도 못한 과학의 향기가 7개나 있습니다. 밀립니다..아~ 빨리 봐야하는데..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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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 평점   별 5점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이런 과학 생각을 하면 참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아요. 미소와 함께 말이죠.. 정말정말 좋은 내용 보고 갑니다~ㅎ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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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정
  • 평점   별 5점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이로써 상식 하나 추가~~!!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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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 평점   별 5점

가장 먼저 핀 나뭇잎이 가장 늦게 떨어지는 군요~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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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 평점   별 5점

과학의 향기는 메일함에서 지울수가 없다는.....재미있고 알차기 때문에 ^^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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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
  • 평점   별 4점

언제지 모르게 과학의 향기를 읽게 되었다. 이제는 중독이 되어 기다려진다. 좋은 내용을 보내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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