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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칼라 투시는 불가능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256호 2005년 02월 28일
개안수술을 통하여 눈을 뜨게 된 사람이 라디오에 출현한 적이 있다. 눈을 뜨고 난 뒤 가장 놀라운 일이 뭐였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의 색이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어요.”
색은 신비롭다. 지구에 색을 처음 만든 것은 누구일까? 색을 가지고 나타난 장본인은 바로 원시조류(原始藻類)들이다. 그래서인지 조류는 색에 따라 남조류, 녹조류, 홍조류, 갈조류, 황금조류 등으로 분류한다.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란 녹조류가 있다. 녹조류란 이름에서 우리는 이미 그가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특성을 가진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이 클라미도모나스는 타원형으로 생긴 단세포 생물로서 두 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다.“음, 동물의 특성도 가지고 있군!”
클라미도모나스를 현미경 위에 얹어 놓고 대안렌즈에 우리 눈을 대보자. 우리가 클라미도모나스와 그 세포 속에 있는 말굽 모양의 엽록체를 경탄하며 보는 동안에, 세포 속의 작은 빨간 점들은 우리의 눈을 어리둥절 바라본다. 우리는 그 점을 ‘안점’이라고 부른다. 경통을 사이에 두고 안점과 눈이 서로 바라보기까지는, 즉 녹조류의 안점이 진화하여 색을 볼 수 있는 인간의 눈이 되기까지는 무려 35억년이 걸렸다.
눈의 진화는 더 이상 관찰되지 않는다. 대신 많은 도구들이 발명되었다. 안경과 현미경 그리고 망원경은 부족한 눈의 기능을 보완해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바로 빛이다. 반사되어 나오는 가시광선이 없으면 우리는 보지 못한다. 그러나 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어둠 속에서도 보고 싶어하는 그들은 야시경과 감광센서(CCD)를 발명했다. CCD는 파랑, 초록 그리고 빨강에 민감한 세 가지 빛 수용체세포(원추세포)가 380~770nm의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만 볼 수 있는 우리의 눈과 달리, 770nm이상의 적외선 영역도 인식한다. 적외선 영역은 무지개 빛 영역 바깥이므로 원래 색을 표현할 수는 없다. 조도 0룩스(Lux)에서도 찍을 수 있는 캠코더들은 적외선을 마치 플래시 터뜨리듯 내보내어 어둠 속에서도 찍을 수 있다.
만약 CCD 카메라에 가시광선 차단 필터를 끼우면 어떻게 될까? 옷의 색을 내는 가시광선은 필터로 걸러져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옷 밑에서 반사된 적외선만 CCD에 인식되어 영상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투시카메라의 원리이다.
투시카메라로는 수영복처럼 몸체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은 사람의 몸을 찍을 수도 있다. 불쾌한 일이지만, 인터넷에는 많은 천연색 투시카메라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것들은 모두 거짓이다. 왜? 적외선은 가시광선의 범위를 넘어선 전자기파이며 따라서 색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명암만을 보여줄 뿐이다.
CCD카메라의 결정적인 단점은 열이 없는 물체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적외선은 그 자체가 열선이다. 그리고 생명체에서는 열이 난다. 의료분야에서는 적외선을 이용하여 온도차가 다른 부분을 발견함으로써 이상부위를 찾기도 한다. 인간이 모든 발명품은 자연을 흉내 낸 것일 뿐이다. CCD카메라 역시 자연에 그 근원이 있다. 바로 뱀의 눈이다. 뱀은 먹이가 발산하는 열을 느끼고 접근한다.색 없이 다만 명암만 보여주는 투시카메라로는 CCD카메라보다 더 뛰어난 장치들도 많이 있다. CCD카메라와는 반대로 파장이 가시광선보다 훨씬 짧은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x-레이 사진은 몸 속에 있는 뼈까지 보여준다. 최신 진단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는 CT나 MRI 역시 훌륭한 투시카메라로서 몸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여준다. CT와 MRI가 ‘해부학적 영상’을 제공한다면, 주로 암과 심장질환 진단에 사용되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은 ‘기능적 영상’을 보여준다. 물론 모두 흑백 영상이다.
우리는 투시를 해서 보아야 할 경우가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눈으로 보지 못하는 곳을 꼭 보아야 할때이다. 보통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검사하고자 할 때 비파괴검사를 이용하는데, 비파괴검사란 이름 그대로 검사대상을 파괴하지 않고 안전하게 항공기, 철도, 선박, 대형빌딩 등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쓰이는데, 최근에는 중성자 카메라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카메라는 빛 대신 중성자를 쏜다. 중성자가 물체의 원자핵에 부딪히면 핵반응이 일어나 방사선이 나오고 이것이 필름에 찍히는 원리를 이용하는데, 겉 모습도 사진에 함께 남는다. 공항에서 승객의 폭발물이나 마약 검사를 위해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결함 검사로부터 다이아몬드 광석 탐사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이라는 스펙트럼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1만 7천 가지의 색을 구별할 수 있는 그 어느 생명체의 것보다 훌륭한 기관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채로운 빛깔로 자연을 장식할 봄을 그 누구보다도 더 기다릴 까닭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경탄의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빛깔이 얼마나 많은가! (글: 이정모 - 과학 칼럼니스트)
색은 신비롭다. 지구에 색을 처음 만든 것은 누구일까? 색을 가지고 나타난 장본인은 바로 원시조류(原始藻類)들이다. 그래서인지 조류는 색에 따라 남조류, 녹조류, 홍조류, 갈조류, 황금조류 등으로 분류한다.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란 녹조류가 있다. 녹조류란 이름에서 우리는 이미 그가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특성을 가진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이 클라미도모나스는 타원형으로 생긴 단세포 생물로서 두 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다.“음, 동물의 특성도 가지고 있군!”
클라미도모나스를 현미경 위에 얹어 놓고 대안렌즈에 우리 눈을 대보자. 우리가 클라미도모나스와 그 세포 속에 있는 말굽 모양의 엽록체를 경탄하며 보는 동안에, 세포 속의 작은 빨간 점들은 우리의 눈을 어리둥절 바라본다. 우리는 그 점을 ‘안점’이라고 부른다. 경통을 사이에 두고 안점과 눈이 서로 바라보기까지는, 즉 녹조류의 안점이 진화하여 색을 볼 수 있는 인간의 눈이 되기까지는 무려 35억년이 걸렸다.
눈의 진화는 더 이상 관찰되지 않는다. 대신 많은 도구들이 발명되었다. 안경과 현미경 그리고 망원경은 부족한 눈의 기능을 보완해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바로 빛이다. 반사되어 나오는 가시광선이 없으면 우리는 보지 못한다. 그러나 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어둠 속에서도 보고 싶어하는 그들은 야시경과 감광센서(CCD)를 발명했다. CCD는 파랑, 초록 그리고 빨강에 민감한 세 가지 빛 수용체세포(원추세포)가 380~770nm의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만 볼 수 있는 우리의 눈과 달리, 770nm이상의 적외선 영역도 인식한다. 적외선 영역은 무지개 빛 영역 바깥이므로 원래 색을 표현할 수는 없다. 조도 0룩스(Lux)에서도 찍을 수 있는 캠코더들은 적외선을 마치 플래시 터뜨리듯 내보내어 어둠 속에서도 찍을 수 있다.
만약 CCD 카메라에 가시광선 차단 필터를 끼우면 어떻게 될까? 옷의 색을 내는 가시광선은 필터로 걸러져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옷 밑에서 반사된 적외선만 CCD에 인식되어 영상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투시카메라의 원리이다.
투시카메라로는 수영복처럼 몸체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은 사람의 몸을 찍을 수도 있다. 불쾌한 일이지만, 인터넷에는 많은 천연색 투시카메라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것들은 모두 거짓이다. 왜? 적외선은 가시광선의 범위를 넘어선 전자기파이며 따라서 색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명암만을 보여줄 뿐이다.
CCD카메라의 결정적인 단점은 열이 없는 물체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적외선은 그 자체가 열선이다. 그리고 생명체에서는 열이 난다. 의료분야에서는 적외선을 이용하여 온도차가 다른 부분을 발견함으로써 이상부위를 찾기도 한다. 인간이 모든 발명품은 자연을 흉내 낸 것일 뿐이다. CCD카메라 역시 자연에 그 근원이 있다. 바로 뱀의 눈이다. 뱀은 먹이가 발산하는 열을 느끼고 접근한다.색 없이 다만 명암만 보여주는 투시카메라로는 CCD카메라보다 더 뛰어난 장치들도 많이 있다. CCD카메라와는 반대로 파장이 가시광선보다 훨씬 짧은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x-레이 사진은 몸 속에 있는 뼈까지 보여준다. 최신 진단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는 CT나 MRI 역시 훌륭한 투시카메라로서 몸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여준다. CT와 MRI가 ‘해부학적 영상’을 제공한다면, 주로 암과 심장질환 진단에 사용되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은 ‘기능적 영상’을 보여준다. 물론 모두 흑백 영상이다.
우리는 투시를 해서 보아야 할 경우가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눈으로 보지 못하는 곳을 꼭 보아야 할때이다. 보통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검사하고자 할 때 비파괴검사를 이용하는데, 비파괴검사란 이름 그대로 검사대상을 파괴하지 않고 안전하게 항공기, 철도, 선박, 대형빌딩 등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쓰이는데, 최근에는 중성자 카메라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카메라는 빛 대신 중성자를 쏜다. 중성자가 물체의 원자핵에 부딪히면 핵반응이 일어나 방사선이 나오고 이것이 필름에 찍히는 원리를 이용하는데, 겉 모습도 사진에 함께 남는다. 공항에서 승객의 폭발물이나 마약 검사를 위해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결함 검사로부터 다이아몬드 광석 탐사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이라는 스펙트럼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1만 7천 가지의 색을 구별할 수 있는 그 어느 생명체의 것보다 훌륭한 기관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채로운 빛깔로 자연을 장식할 봄을 그 누구보다도 더 기다릴 까닭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경탄의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빛깔이 얼마나 많은가! (글: 이정모 -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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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2009-04-05
답글 0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답글 0
진화론을 전제로 논리를 진행시켰다는 것 외엔 유익한 내용이었습니다. 좋은 내용 항상 감사드립니다.
2005-04-14
답글 0
이처럼 좋은 내용에 왜 진화론적 해석을 갖다 붙이시는지 아쉽군요. 진화는 자연과학의 필수조건인 실험성과 재현성이 없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하나의 해석체계이면서 신앙입니다. 창조론도 그렇고요.눈이 진화했다면 지금은 생물출현후 수억년이 지났는데 왜, 모든 생물들의 진화현사이 한건도 발견되지 않고 일제히 멈춘 것일까요? 21세기의 최대신화인 진화론을 더 이상 과신해선 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5-03-01
답글 0
이런 신기한 원리가 숨어있었군요,,,
재밌게 봤습니다^^
2005-03-0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