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지구 최강 덩치 대왕고래, 몸집 커진 이유는?

<KISTI의 과학향기> 제2974호   2017년 07월 19일
최근 캐나다 토론토시에 위치한 로열온타리오박물관이 세계에서 가장 큰 포유동물인 대왕고래(Blue Whale)의 심장을 전시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동물의 심장만을 따로 떼서 전시하는 것도 이색적인 일이지만 그보다 더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심장의 크기다. 무게 200kg에 가로가 1.5m이고 높이는 1.2m 정도로서 웬만한 소형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규모다. 실제 대왕고래는 북반구에서 몸길이 24~26m, 몸무게 125t의 개체가 발견되고 남반구에서는 몸길이 33m, 몸무게 179t의 개체가 발견된다. 
 
고래, 그중에서도 대왕고래의 몸집이 어째서 이렇게 커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생물학계의 오랜 숙제 중 하나였다. 정상적인 포유류의 생식 체계로는 불가능한 몸집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 워싱턴자연사박물관의 연구진과 고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이 같은 미스터리의 원인을 풀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처음부터 상당한 크기의 몸집을 가졌던 고래 조상들
 
고래의 몸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커진 이유에 대해 그동안 생물학자들은 ‘경쟁’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설명해 왔다. 한쪽에서는 경쟁자 없이 마음대로 먹이를 먹고 자라면서 몸이 커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상어와 같은 포식자들과 경쟁하기 위해 몸이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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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전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대왕고래 심장. (출처 캐나다 로얄온타리오박물관)
 
그런 논쟁들은 지난 2010년 미국 시카고대의 그레이엄 슬레이터(Graham Slater) 교수가 이전과는 다른 이론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쟁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먹이를 먹는 습성에 따라 몸집이 커지거나 작아졌다는 학설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고래의 시조(始祖)들은 모두가 상당한 크기의 몸집을 갖고 있었지만 먹는 습성이 서로 다른 점 때문에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몸의 크기가 더 커지거나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고기들을 잡아먹던 고래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조그만 몸체로 진화하면서 돌고래 등으로 변했고, 플랑크톤처럼 물속의 작은 먹이들을 걸러 먹었던 고래들은 생존을 위해 몸 크기를 불리다가 대왕고래처럼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주장은 곧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워싱턴자연사박물관의 고래전문가인 니콜라스 피언슨(Nicholas Pyenson) 박사는 슬레이터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며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수년간 논쟁을 벌이던 두 사람은 피언슨 박사의 제안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고래 몸집은 점점 커진 것이지, 처음부터 커다란 크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렇다고 내 주장이 완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둘이 힘을 합쳐 원인을 찾아본다면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몸집이 커진 이유는 빙하기 영향을 받은 먹이 환경
 
피언슨 박사의 제안을 수락한 슬레이터 박사는 스탠퍼드대의 고생태학자인 제레미 골드보겐(Jeremy Goldbogen) 교수까지 합류시켜 본격적으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멸종된 고래화석 63종과 현존하는 고래골격 13종을 조사했다. 그 결과 3000만 년 전 시조 고래의 몸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450만 년 전까지는 대다수의 고래들이 대왕고래처럼 크지도 않고 돌고래처럼 작지도 않은 대략 10m 정도의 몸체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450만 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고래들의 몸집이 커졌다는 사실도 추가로 파악했다. 이 내용은 최근 ‘영국왕립학회보 B’에 발표됐다.
 
이처럼 고래의 몸집이 갑자기 커진 이유에 대해 피언슨 박사는 지금으로부터 450만 년 전은 빙하기가 시작된 때와 겹친다고 밝히면서 빙하와 만년설이 육지를 뒤덮자 육지의 풍부한 영양물이 해안가에 쏟아지면서 플랑크톤과 크릴새우 등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를 고래가 먹으면서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에 차가운 수온으로 인해 바다 속에는 다른 물고기들이 사라지면서 경쟁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고래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골드보겐 교수의 도움이 컸다. 고생태를 전공한 학자로서 그는 고래의 입이 작은 먹이들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지금처럼 큰 입의 여과섭식(filter feeding) 구조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여과섭식이란 수중에 흩어져 있는 먹이를 섬모나 강모로 모아서 먹는 먹이 섭취 방식을 말한다. 
 
골드보겐 교수는 입이 커졌다는 것은 곧 몸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언급하며 커다란 몸집을 가진 채 작은 먹이들이 퍼져 살고 있는 바다를 빠르게 헤엄치고 다니면서 원래 컸던 몸체가 더욱 큰 몸체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닷속에서 더 많은 먹이를 흡수하기 위해 고래 몸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시기에 어떤 이유로 인해 몸이 그렇게 커졌는지에 대해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화석을 통해 진화과정을 증명한 이번 연구 결과 덕분에 대왕고래의 몸집이 커진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생물학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슬레이터 박사는 대왕고래 몸집이 커진 이유가 바닷속 먹이 환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는 한편 돌고래와 같은 작은 고래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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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yhun89
  • 평점   별 5점

앞으로의연구에도더많은발전이있기를희망합니다!
그리고이번에도새로운과학적인이론과정보를보내주셔서고맙습니다---!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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