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개구리와 곰의 겨울잠은 다르다!?

<KISTI의 과학향기> 제527호   2006년 11월 22일
추운 겨울날, 소변을 보고 나면 누구나 몸을 부르르 떤다. 그 이유는 소변이 배출될 때 그만큼 몸의 열을 가지고 나와 순간적으로 체온이 1℃ 정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떠는 방법으로 열을 만들어 내려간 체온을 다시 정상으로 올린다. 이렇게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체온을 유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겨울처럼 기온이 낮은 계절에는 체온 유지가 바로 생사의 갈림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류와 포유류 등의 항온 동물은 늘 일정 체온을 유지해야만 살 수 있다. 그래서 계속 음식물을 섭취하며, 섭취된 음식물을 통해 몸에 필요한 열을 얻어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겨울철은 식량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부 동물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겨울잠을 선택한다. 즉 조금만 움직여 에너지 소모를 줄이자는 것이다. 동물의 겨울나기는 본능에 따른 행동이지만 여기에는 과학적 작용이 어우러져 있다.

곰처럼 항온 동물이면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는 박쥐, 고슴도치, 다람쥐, 날다람쥐, 너구리, 오소리 등이 있다. 이들은 가을 한철 먹이를 한껏 먹어서 지방층으로 살을 찌우고, 두꺼운 낙엽이나 땅속 보온이 잘 되는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겨울잠에 들어간다. 보통 다람쥐의 활동 심장박동수는 1분에 150회 정도 뛰는데, 겨울잠을 자는 동안에는 1분에 5회 정도로 확 줄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김장하듯이 먹이를 보금자리에 저축해 놓고 겨울이라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끔씩 깨어나 먹이를 먹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동물원의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물론 열대지방 동물들은 먹이가 일년 내내 충분하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하지만 개구리, 뱀, 도마뱀, 거북 등의 양서류나 파충류, 미꾸라지, 잉어, 붕어 등 체온이 주위의 온도에 따라 변하는 변온 동물의 겨울잠은 약간 다르다. 이들은 에너지 절약 차원이 아니라 체온이 0℃ 이하로 내려갈 경우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겨울잠에 든다. 곰의 겨울잠이 얕은 잠인 데 비해, 변온 동물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될 때까지 정말 죽은 듯이 완벽한 형태로 겨울잠에 빠져든다.

변온 동물은 심장박동과 호흡이 거의 멎는 가사(假死)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 가사 상태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체액 속에 부동물질을 갖고 있어서 세포가 어는 것을 방지한다. 숲개구리(wood frog)는 동면 전에 섭취한 녹말을 포도당으로 바꾼 다음 체액에 넣는다. 이 포도당이 부동물질 역할을 해서 체액 동결하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 마치 겨울에 자동차 라디에이터가 얼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액을 채우는 원리와 같다.

그렇다면 이들 동물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겨울잠을 자는 것일까? 겨울잠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포유류에서 많이 행해졌다. 이 단백질 중 대표적인 것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혈액 속에 있는 ‘동면 유도 촉진제(HIT)’라 불리는 단백질이다. 낮이 짧아지고 온도가 변하며 먹을 것이 귀해지면 이 HIT가 동면을 촉발시킨다고 하는데, 아직 정확한 기작은 밝혀져 있지 않다.

줄다람쥐의 일종인 ‘치프멍크(chipmunk)’를 여러 해 연구해 온 일본의 곤도 박사는 HIT와는 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겨울잠(hibernation)과 단백질(protein)의 머리 글자를 따서 HP(겨울잠 특이적 단백질)라고 명명했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상태에서 치프멍크의 HP는 혈액 속에 1㎖당 60-70㎍ 정도 존재하지만 겨울잠을 자는 동안에는 평상시의 10-20분의 1 정도로 줄어들고, 반대로 혈중 HP량이 원래의 양으로 늘어나면 치프멍크는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그런가 하면 미국 과학자들은 쥐를 인공적으로 동면(冬眠) 상태로 만들었다가 부작용 없이 깨어나게 하는 실험을 성공시켰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뇌에서 분비되는 ‘엔케팔린’이라는 호르몬이 동면을 유도한다고 믿고 있다. 물론 이 화합물의 구조와 반응성은 아직 확실하게 증명되지는 않은 상태다.

HIT, HP, 엔케팔린 등의 겨울잠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면 사람도 동물처럼 겨울잠 상태에서 지낼 수 있을지 모른다. 인공동면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먼저 저체온 수술이 가능하다. 환자의 체온을 18도까지 낮추면 두뇌 활동이 거의 정지되고 피의 흐름이 멎기 때문에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장기이식, 외과수술을 할 수 있다. 암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항암치료 전에 정상세포를 동면시켜, 활동하는 암세포만 집중 공격해 치료할 수 있다.

체온은 한 자릿수, 심박수는 보통의 50분의 1…. 얼핏 보면 죽은 것처럼 보이는 동물의 겨울잠은 혹독한 과정이지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동물들은 추운 겨울을 나는 생존의 지혜를 어디에서 배웠을지 궁금하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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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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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동면 기술로 마취없이 수술한다면 정말 좋겠네요. 동물들의 생존법 배울점이 많네요

20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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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란
  • 평점   별 5점

너무 재미있네요.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의 동면 이유가 이렇게 다르구낭~ 어렸을때.., 교육방송이었나..? 금붕어를 냉동실에 꽁꽁 얼려뒀다가 꺼내서 다시 물이랑 녹였더니.. 금붕어가 죽지 않고 살아나서 팔팔하게 헤엄치던 그 영상이 떠올랐어요. 그건 금붕어가 인공적으로 동면상태가 되었던건가요?

200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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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펜
  • 평점   별 4점

소변후 체온이 1도나 떨어지는것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1리터를 소변으로 내보냈다해도 체중의 몇 십분의 일이 사라졌다고 몸이 빠르게 식다니요. 그런식이라면 대변을본 뒤 몸떨림이 없는것은 어찌 설명합니까! 전에 서적에서 본것은 "소변은 급격하게 체액을 내보내서 근육이 수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변은 그렇지 않기에 떨림이 없다" 그렇게 기술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설사처럼 급격하게 체액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것 아닌가요. 하지만 그 아래 내용은 참 유익하군요. 잘 읽었습니다.

2006-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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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군
  • 평점   별 5점

양서류,파충류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잉어,붕어같은 어류의 겨울잠은 잘 이해가 가질 않는군요. 깨어있으나 잠들어있으나 물속온도는 비슷할텐데 왜 어류들도 겨울잠을 자나요? (혹시 어류도 양서류처럼 땅을 파서 자는건가요? --;; )

20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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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링
  • 평점   별 5점

인공동면이라..꼭 해보구 싶네요^^

200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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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 평점   별 5점

아~어쩐지..저도 겨울엔 잠이 더 많아져요~ㅎㅎ 생존본능이겠지요^^

200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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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즈
  • 평점   별 5점

오줌 눌 때 부르르 안떨면 비정상인가요 -.-?
전.. 떨지 않습니다..;;;;;;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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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아
  • 평점   별 5점

정말 좋은 내용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렇게 과학과 대중을 연결짓는 분들과 같이 되고 싶어요.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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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암
  • 평점   별 5점

이번지식은 정말 훌륭하군요 저체온 수술은 정말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혈에 대한 여러가지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겠네요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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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민
  • 평점   별 4점

체온과 소변 온도가 같다면 소변이 나갔다고 해서 체온이 떨어질 이유는 없지 않은가요? 소변을 본 후 몸의 부피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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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균
  • 평점   별 5점

매일 이렇게 흥미로은 내용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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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
  • 평점   별 5점

저는 문과학생이지만 이런 생활과학은 얼마나 흥미로운지.... 정말 재미있답니다. 과학의향기 좋네요. ㅎㅎㅎ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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