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해파리떼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KISTI의 과학향기> 제809호   2008년 09월 10일
2008년 여름은 해파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렸다. 피서객들은 해수욕장에 갔다가 해파리 독침에 쏘여 고생하고, 어부들은 건져 올린 그물에 생선보다 해파리가 많아 곤욕을 치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올여름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독에 쏘여 급히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 주변에서만 70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고 신고했고, 그 가운데 10% 정도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든다. 어떤 사람들은 해파리는 식용이니까 잡아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실 해파리 200여 종 가운데 4가지 정도만 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 식용 해파리만 나타나주면 좋겠지만 문제는 어업에 큰 피해를 주는 해파리가 대량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물을 들어 올렸을 때 주로 잡히는 해파리 종류는 ‘노무라입깃해파리(Nomuras jellyfish)’인데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난대성 대형 해파리였다. 한 마리 크기가 1~2m에 달하고 무게가 무려 100kg 이상이다. 무리 생활을 하고 육식성이라 일단 출현했다 하면 주변의 물고기는 싹쓸이되고 느릿느릿 유영을 하므로 어부들의 그물에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혀 올라 그물훼손, 어족자원 고갈로 이어져 어부들의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수욕장 부근에서 사람을 쏘는 해파리류로 대표적인 것은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더불어 ‘작은부레관해파리(bluebottle jellyfish)’가 있다. 이 역시 최근에 한반도 근해에 나타난 난대성 해파리이다. 이들의 크기는 갓길이 10cm 정도로 작지만 촉수에 물고기나 사람이 접촉하면 촉수 끝의 자포가 총알처럼 발사되어 독소가 주입된다. 이를 맞은 사람은 극심한 통증과 더불어 맞은 피부가 괴사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고 만일 두 번 이상 연속으로 쏘이면 사망할 수도 있다. 비록 쥐치들이 천적이라지만 쥐치의 숫자는 한정돼 있고 한반도 근해 해파리들에만 적응되어 있는 터라 이들이 거대한 크기와 독으로 무장한 외래성 해파리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동안 우리 바다는 난류와 한류의 교차지점에 있어 어류 977종을 비롯하여 10,000여 종이 넘는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해 왔다. 비교적 생태자료가 부족한 옛날에도 정약전의 자산어보 같은 책에서 이런 풍요한 바다가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사실 대기보다 바다에 훨씬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생태계는 지금 급격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파리뿐 아니라 난류성 어류인 고등어가 동해안까지 북상하여 잡히고 대표적인 한류성 어류인 명태나 대구는 몇 년 사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제주 특산인 아열대성의 자리돔이 울릉도 연안에서 잡히기도 한다.

현재 깊은 바다는 아직은 개발하기가 어렵고, 연안바다는 이미 오염과 고온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컨대 매년 되풀이되는 적조현상은 코클로디니움 등의 바다 플랑크톤의 급격한 증가에 의해 발생한다. 이 플랑크톤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과 육지로부터 다량의 영양염류유입에 의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해수면 온도상승이야 불가항력이라 해도 오염은 대부분 인간의 폐기물에 기인한다. 우린 이미 몇십 년 전부터 바다에 인분 등 온갖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고 있으며 양식어업의 증가로 바다 한복판에서조차 끊임없이 고정 오염원이 배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섭게 증가한 플랑크톤들은 이제 역으로 양식장을 덮쳐 양식 물고기와 어패류의 집단폐사와 식중독을 일으키는 패류독소를 발생시킨다.

연안바다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현상 중 하나는 바로 ‘갯녹음현상(whitening event)’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수온상승과 영양 염류의 과잉유입으로 인해 바다 밑바닥 해조류들이 영구히 말라 죽고 이들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어패류들 마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대처하는 현상이다. 내륙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듯이 일단 바다 한곳에 이 현상이 일어나면 주변부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마치 서로에게 ‘이런 오염된 곳에서는 사는지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는 신호를 주고받는 듯이 보일 지경이다. 최근에 동해안 등에서 다시 해조류를 부착하여 갯녹음을 복구하려는 뒤늦은 노력이 이어지지만 한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하는데 그 수배 내지 수십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경험상의 진리를 염두에 둔 인내심과 의지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요즘 들어 주로 스페인이나 호주 인근해역에서 고래들이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스트랜딩(stranding)’ 현상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초음파 교란, 질병, 기아, 기생충 감염 등 여러 가능성을 찾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대신 특정 개체나 연령층이 아닌 집단이나 가족중심의 스트랜딩이 주로 일어나는 걸로 보아 지구온난화나 해양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와의 관련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이렇듯 예측하기 어려운 고래의 집단 자살은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바다 환경의 심각한 변화의 조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반도 주변 바다의 현실일 수도 있다. 바다는 넓지만 결국 하나이니까.

글 : 최종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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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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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큐프로그램에서 환경파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나 갯벌의 모습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파괴된 자연환경은 수년또는 수백년이 되어야 복구가 된다고 하니 파괴되기 전에 잘 지켜야 할것 같습니다. 인간과 자연은 공존해야 살수 있습니다.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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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자연이 보내주는 인간에 대한 경고 이 글을 읽고나니 더욱 환경보존을 위해 애를 써야 할 것 같네요.우리가 뿌린 씨앗이 우리에게 그만큼의 댓가로 돌아오니까요,.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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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 평점   별 5점

해파리 만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불가사리와 같은 것들도 문제더군요.

200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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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헌
  • 평점   별 5점

자연을 거스른 인간들의 잘못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네요.

200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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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 평점   별 5점

해파리의 출현이 일상생활에서도 경고를 보여주고 있지만....

200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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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 평점   별 5점

일상생활에서도 경고의 뜻을 보여주는 해파리...

200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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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정말 유익한 글이에요. :D 이전에 생태파괴의 주범이었던 황소개구리와 붉은 귀 거북에 관련된 기사가 생각나네요. 진정한 생태파괴의 주범은 인간이다.. 라는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애꿎은 동물들만 죽어나가네요.

200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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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 평점   별 5점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해파리가 많이 잡힌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는데, 난대성 해파리 라니 놀랍습니다. 또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이 점점 훼손되어 가는거 같아 많이 걱정되요.

200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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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주
  • 평점   별 5점

과학의 향기를 읽을때마다 항상 마음이 기쁩니다 우리가 모르고 궁금해 하든것을 해결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읽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0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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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 평점   별 5점

아 안탁갚습니다. 그데, 김태준님 이게 좋냐?좋아? 환경오염이좋냐고, 그리고, 김옥주님도, 에휴~

200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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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눈안
  • 평점   별 5점

환경문제.. 어떻게 보면 종교만큼이나 심오하고 소중할 수 도 있지요..

200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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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산
  • 평점   별 5점

KBS 스페설에서 해파리에 관해 봤는데, 환경오염이 이지 확 와닿는군요

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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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영
  • 평점   별 5점

해파리의 하늘하늘한 모양때문에 별로 무섭지 않을것이라 생각 했는데 굉장히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네요..ㅠ.ㅠ

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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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화
  • 평점   별 5점

돌이킬수없는 지경으로 왔다는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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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경
  • 평점   별 5점

안타깝네요.. 많은 것을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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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훈
  • 평점   별 5점

좋은정보감사합니다. 해수욕장갈때 조심해야겠네요..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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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규
  • 평점   별 5점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이 자연을 훼손한 결과입니다.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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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식
  • 평점   별 5점

마음 아픈 현실이군요.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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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L
  • 평점   별 5점

NDSL과학향기 대단해요~~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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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넘
  • 평점   별 5점

안타깝습니다. 미래소년코난과 같이 엄청난 변화만이 깨끗한 환경을 얻을 수 있는 걸까요?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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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 평점   별 5점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항상 알고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해수욕장에서 오줌을 싸 버리고 말았습니다...ㅜㅜ 설마 저의 소변때문에 바다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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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 평점   별 5점

좋은 글입니다.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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